<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오지은
오지은 인증된 계정 · 쟉가, 음악가
2024/03/18
나는 일본에서 2년간 산 적이 있다. 그때 생긴 이상한 버릇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 일본어로 혼잣말을 하는 것이다. 마치 누가 일본어로 질문을 던졌고 나는 그에 답하는 중인 양 벽을 보고 한참을 중얼중얼하면 나는 차분해졌고, 문제의 핵심에 다가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어로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한국어로는 일단 그렇게 하기 민망하다. 이런저런 머쓱한 단어를 꺼낼 수가 없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이러브유에 비해 얼마나 무겁게 느껴지는가. 게다가 나의 한국어 화자는 빠져나가기 달인이다. 아니, 그냥, 뭐, 저기, 글쎄, 이런 단어로 연막을 치면 간단하다. 부모 앞에서 아 몰라, 라는 말만 반복하는 자식 같다. 한국어와 나는 너무 가깝다. 

일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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