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2023)’과 그림 한 점

액화철인
액화철인 · 나밖에 쓸 수 없는 글을 쓸 수밖에
2023/04/17
Beef(쇠고기)의 또 다른 의미
19세기 런던의 이스트 엔드 지역은 창의적인 속어의 산실이었다. 따로 사전까지 나올 정도로 그 종류도 많았고 발상들도 특이했다. 주로 각운이 맞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는 식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브리스톨 시티’라는 말이 여자 젖가슴을 뜻하는 ‘티티’와 각운이 맞다는 이유로 ‘브리스톨’이 젖가슴이란 의미로 쓰인다거나 ‘독 앤 본(개와 뼈다귀)’라는 표현이 ‘폰(전화)’와 각운이 맞다는 이유로 ‘독’이 전화기로 쓰인다든지 하는 식이다. 주로 그 지역에 거주하던 하층민들과 범죄자들이 자기들끼리의 결속을 다지고 자신들이 하는 말을 외부인이 알아듣기 힘들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런 속어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런 속어 중엔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것들이 꽤 있었다. 절도 피해자들이 도둑을 쫓아가며 외치는 ‘Stop thief!(스톱 씨프! 도둑 잡아라)’라는 말을 놀리기 위해 만들어진 ‘Hot beef!(홋 비프! 뜨거운 쇠고기)’ 역시 이런 각운 놀음에 기원을 두고 있다. 원래 쇠고기라는 뜻의 비프(beef)라는 명사가 소리 지른다, 불만을 표한다는 뜻의 동사로도 쓰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속어다. 그 정서가 진화해 그 단어는 20세기 초중엽에서는 누군가에게 원한(불만)이 있는 상태, 서로 싸우는 상태를 가리키는 속어가 된다.



아마도 2023년 최고의 드라마?
넷플릭스의 ‘성난 사람들’(2023)의 원제 Beef는 소고기가 아니라 원한이라는 의미다. 목축이나 육가공업이 소재가 아니고 사소한 일로 서로에게 ‘비프(원한)’를 품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한국의 누군가는 이 시리즈를 한국인 특유의 화병을 바라보는 교포의 시선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미국의 누군가는 2023년을 현재 각자의 반향실에 갇힌 채 편향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우화로 읽기도 한다. 원래 잘 만들어진 허구란 나와 다른 누군가의 특이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이야기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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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광고를 하기 위해 미술사를 전공했다. 남다른 미술사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반 역사를 배웠다. 젊은 척하는 광고 카피를 쓰고 늙은 척하는 평론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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