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 3월, 혼돈의 시간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3/09/25
[성장소설: 3월, 혼돈의 시간/ 안순우 作 ]

어느 해나 3월은 한 겨울 보다 더 추운 달이다. 긴 겨울의 끝자락인 동시에 봄은 아직 오지 않아 계절의 사각지대이다. 3월은 국민학교 아이들에게는 새학년, 새 교실, 새 책, 새 친구, 새 선생님...모든 것들이 새롭다. 그래서 혼돈의 시간이기도 하다.

명호는 그 날도 쉬는 시간에 2학년 다른 교실의 복도 유리창 앞에서 서성거렸다. 작은 키에 까치발을 하고 목을 길게 빼고서 교실 안을 두리번 거리며 살펴보았다. 어떤 아이들은 앞뒤로 앉은 새 친구들과 마주보면서 조잘대고 있었고 또 어떤 아이는 아직 친구를 사귀지 못했는지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복도 마룻바닦은 아직도 얼음장 같이 차가워 양말 속으로 한기가 스며들었다.

“야! 니 맹호아이가?
남의 교실 앞에서 뭐하노?
누구를 찾고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에 교실 안을 살피던 명호는 뭘 훔쳐먹다가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랐다.
“아이다! 누굴 찾기는....
너그 교실에 누가 있는지?
그냥 한번 쳐다봤다 아이가...”
명호는 겸연쩍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이고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아! 그 여자 아이는 정말로 어디에 있는 것일까? 
혹시 지난 겨울 방학 동안 멀리 이사를 가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전학을 갔을까? 아니면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을 했을까?’ 명호는 벌써 3일째 쉬는 시간만 되면 복도를 서성이며  이웃 교실을 엿보고 있었다. 그 여자 아이가 잘 입던 빨간 셔츠만 보면 깜짝 놀랐다.

명호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동장 가운데를 가로 질렀다. 메마른 봄바람이 지나가면서 운동장의 마른 흙먼지를 일으켰다. 또 바람은 전봇대 전깃줄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귀신의 울음 마냥 ‘위이윙’하고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명호는 몇 일째 밥맛도 없고, 웃음도 잃고 시무룩하다.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도 둘 곳이 없었다.
“맹호야! 니 요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노?
얼굴이 와 그 모양이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나 짝지가 마음에 안드나?”
“아니라예! 아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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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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