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통신 5-디킨스로 인해 만난 사람

박산호
박산호 인증된 계정 · 번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
2023/08/21

   
고대하던 찰스 디킨스 박물관에 들어갔다. 빨간 문을 열자마자 바로 박물관에 딸린 선물 가게가 나왔다. 그곳으로 들어가면 온갖 디킨스 굿즈에 정신이 팔려서 지갑을 열어젖힐 게 뻔했기 때문에 곧바로 박물관으로 직진하고 싶었지만, 입장권을 사야 했다. 빨갛고 곱슬거리는 커트 머리에 양쪽 귀와 코에 피어싱을 하고 회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카운터에 서 있었다. 그에게서 입장권을 사고 샵 안에 있는 물건들을 애써 외면한 채 1층에 있는 방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본인 사진



고풍스러운 사이드보드와 여러 개의 파란 색 접시와 찻잔을 비롯해서 다양한 식기들이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이 공간을 대부분 차지한 1층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한 할머니가 거대한 배낭을 메고 사파리 복장을 한 한 금발의 여자 여행객과 나란히 서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눌 동안 거실이자 식당이었을 그 방을 둘러보는 사이에 디킨스 마니아임이 분명한 그 여행객은 이층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박물관 해설사로 보이는 그 할머니에게 재빨리 다가가 이 방에 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 그녀의 사진을 찍어둘 생각을 못 한 그때의 나를 매우 혼내고 싶다. 귓불 정도까지 내려오는 짧은 갈색 단발머리에 렌즈가 어마어마하게 두꺼워 보이는 금테 안경을 쓰고, 꽃무늬 원피스에 파란 가디건을 입은 그 할머니는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할머니 탐정인 미스 마플처럼 보였다!



내 부탁에 그 할머니 해설사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 눈길을 끌었던 그 사이드보드가 실제로 디킨스 부부가 사용했던 것이고, 식탁 위에 놓인 개인용 접시마다 디킨스의 친구들 이름과 얼굴이 찍혀 있으니 보라고 했다. 그 말에 관심을 가지고 보니 디킨스의 자서전을 쓴 것으로 유명한 존 포스터를 비롯해 여러 문인과 예술가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내가 디킨스와 굉장히 친했던 작가 윌키 콜린스(대표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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