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메뚜기를 잡는 아이들/ 안순우 작(作)]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3/10/27
[성장소설: 메뚜기를 잡는 아이들/ 안순우 작(作)]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벼를 쪼고 있던 참새들이 놀라서 하늘로 치솟아 전봇대 줄에 앉았다. 아이들이 지나가니 다시 논에 슬그머니 내려앉았다. 추석이 지난 들판에는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길가 풀섶에 방아개비 한마리가 앉아 있다가 얇은 종이 같은 속 날개를 팔랑그리면서 “떼떼떼” 하고 날아간다. 한 아이가 그 방아개비를 잡으려고 논두렁으로 뛰어갔다. 뒤에서 명호가 소리를 쳤다.      
“야! 방아개비는 잡아서 뭐할라꼬? 먹지도 못하는 거!
우리 오늘 숫골에 메뚜기나 잡으러 가자!
요새 통통하게 살이 쪄서 참기름 넣고 뽂아 먹으면 고소하고 얼매나 맛있는데...." 

아이들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소하고 맛있다’는 말이 머리에 꽂혔는지 메뚜기를 잡으러 가자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메뚜기 잡는데는 뭐가 필요하노?" 
도시에서 이사와서 시골 사정을 도통 모르는 민철이가 물었다. 명호가 답변을 해준다. 
"응! 아무것도 필요없고..... 
집에 있는 소주 댓병이나 하나 가지고 온나! 
메뚜기 잡아서 그기에 넣어마 딱 좋다 아이가!
밥 묵고 숫골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버드나무 아래서 만나자!" 

“그럼 명호야! 모든 메뚜기는 다 구워먹을 수 있나?”
“그게 아니고...모두 메뚜라고 부르지만 사실 자기 이름이 
다 있단다. 조금전에 날아갔던 그 놈은 <방아깨비>라 부르는데 다리를 잡으면 절구방아를 찍는 시늉을 해서 이름을 그렇게 부른단다. 그리고 <여치>라는 놈이 있는데 그놈은 풀섶에서 낮에 “찌르르 찌르르” 소리를 내고 울지? 몸집이 크고 살이 통통하게 쪘는데 큰 이빨에 손가락이 깨물리면 피가 날 정도야! 제일 무서운 메뚜기라고 할 수 있지! 또 <풀무치>라는 놈이 있는데...이놈은 식성이 얼마나 좋은지 떼를 지어서 지나가면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지! <황충>이라고도 부른단다. 

<베짱이>는 너 알지? 동화에 나오는 녀석! 여름에 게으름을 피우다가 겨울에 개미집에 가서 구걸하던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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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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