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어느 순간은 영화 같아서> 고유하다는 건 다시 말해 나의 서사가 있다는 것.

참미 · 책방지기 그런데 책보다 빵이 더 좋은
2024/03/29

  우리 책방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중고 가구 거리를 지나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면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가게. 코너 끝자락에 간판도 없는 이 곳을 처음 선택하게 된 것은 바로 가게 앞 풍경 때문이었다. 우리 가게 앞에는 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창을 가리는 큰 건물이 없다. 대신 울창한 나무와 골목의 작은 교차로가 있어 거리에는  귀여운 복작거림이 느껴진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딱 이 맘 때 즈음 이 공간을 발견했을 때 가게 앞으로 늘어선 나무들의 색이 아주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붉고 어두운 나뭇잎들이 뒤섞인 교정을 보며 이곳의 풍경은 지난 나의 회사 생활과는 달리 지겹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고 나는 그 마음에 기대어 이 공간을 선택했다.

  종종 손님들이 언제부터 이 곳에서 영업을 시작했는지를 물어 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언제 문을 열었더라?’, 머릿속으로 지나간 가을의 기억을 되새기고 나서야 겨우 늦은 대답을 한다. 시간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않은 채 살아서 일까. 책방 문을 연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나 싶다가도 아직 6년 밖에 지나지 않았나 하는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짧고도 길었던 6년의 시간 가운데 가장 좋았던 기억이 많은 계절은 단언컨대 가을이다. 독서의 계절답게 매출이 조금 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까지 늘어난 터일까. 다만 앞으로 내가 이 일을 얼마나 더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이 계절이, 혹은 이 곳에서의 시간들이 나의 인생이란 영화에 하이라이트 장면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가장 꺼내어 보고 싶은 순간이자 그리워할 시간이 되리라는 본능적인 느낌이 든다고 할까. 

  아마 많은 작은 책방의 주인들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책방은 시간을 잊게 만드는 공간이기에 아름답고 동시에 역설적으로 슬픈 공간이다. 아주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동시에 언제라도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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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를 썼습니다.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 책과 빵과, 커피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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