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균
유한균 인증된 계정 · 출근시간에 우린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2023/12/25
1. 부부싸움
비상사태다. 아내가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물론 누구나 신혼여행에서 싸우는 건 다반사다. 차라리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신혼여행에서 안 싸우는 게 오히려 드문 일인 것이다. 이제 막 결혼한 부부가 장기간 여행하는데 당연히 서로 맞지 않는 것들이 표면으로 드러나길 마련이니까.
   
문제는 신혼여행이 갖는 의미인 것 같다. 당연히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신혼여행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어갔을 일조차 신혼여행에서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작은 틀어짐에도 침소봉대하게 된다. 게다가 신혼여행지가 외국이라면, 먼 타국에 말 통하는 사람이 상대방뿐이기에 모든 감정이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부부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가 져주는 편이다. 정말이다. 어쩌면 내 생각뿐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착해서 넘어가는 일이 많다. 이 사실은 아내가 꼭 알아야 할 텐데 말이다.
바위산 위 메테오라 수도원 @촬영
그건 이번 메테오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텔 방부터 그 바위산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었다. 메테오라란 말을 풀어쓰면 위를 뜻하는 ‘메타(μετά)’에 끌어올리다는 의미를 가진 ‘오로스(ἀειρΩ)’를 더한 것이다. 즉, 그렇기에 마치 하늘에 매달려있는 것 같은 바위산들의 모습을 지명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또 재밌는 사실은 하늘의 유성(流星)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테오(Meteor)도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단 것이다.
   
어원에도 담겨있는 하늘로 솟구치는 바위들을 보고, 천 년 전 어떤 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런 땅의 고양(高揚)을 신에 대한 정신적 고상(高尙)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러한 바위산 위에 수도원을 지었다. 처음에는 작은 암자에 불과했던 건물이 증축을 거듭하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전성기에는 스무 채가 넘는 수도원들이 깎아지른 돌산 위로 위치했다.
   
수백 년 접근이 차단되어있던 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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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웠던 공부들이 어느새 거짓말처럼 향 연기마냥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그 시절 고민했던 내가 남아있게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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