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공주 모모코>의 무정부주의적 연애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3/18
취향이 아니다. 연출로 정평이 난 영화지만, 정신없는 편집과 특수효과가 남발될 때 <불량 공주 모모코>를 싫어하리라 확신했다. 그야 모두가 만족할 순 없다. 개성이 강할수록, 누군가는 싫어한다. 크레딧을 바라보며 고민이 깊어졌다. 영화는 훌륭했다.

소위 'B급' 영화를 언짢아한다. 'B급' 자체는 좋아하지만, 영화를 둘러싼 언어가 불편하다. 잘 만든 'B급'은 'B급인 척하는 A급'이라 불린다. 'B급'과 'A급'의 위계가 전제돼 있다. 'A급' 중심주의의 시각에선 대안적 미학이 불가능하다. 주류 영화의 관습을 꼬아놓을 뿐이다. 마치 서브컬쳐에서 가장 진부한 작품이 '클리셰를 부수는' 작품으로 치켜세워지듯, 말만 요란하다. 근거와 목적이 결여된 반전은 지루하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만드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보이는 방식만큼 중요할 순 없다. 관객의 시점을 무시하고 의도만을 강요할 때, 영화는 뻔해진다. 'B급인 척하는 A급' 언설은 감상을 망친다. 'B급'은 'B급'이다. 'B급'을 아류 'A급'으로 받아들인다면, 병맛의 매력은 없다. 'A급'과 'B급'은 통약불가능하다. 다만 통섭할 뿐이다.
《불량공주 모모코》 제작위원회
영화를 보며 세 번 울었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이입하지 않았다. 영화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불량 공주 모모코>는 무정부주의적 연애다. 뜨거운 관계를 그린 사랑 영화, 혹은 레즈비언 영화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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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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