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순례하다> 츠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오지은
오지은 인증된 계정 · 쟉가, 음악가
2024/03/18
창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학교에서는 창문 너머 텅 빈 운동장을 보곤 했다. 사람이 없는 운동장에는 묘한 서늘함이 있었다. 실제로 운동장을 앞에서 바라볼 때는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교실창문으로 바라보는 운동장만이 묘하고 특별했다.  
  
반지하 집에 살 때도 창을 보았다. 반지하 집이 그렇듯 창은 작았다. 쇠창살도 있었다. 창 밖으로 제대로 뭔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대부분의 시간 멍하니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창이라고 희미한 빛이 들어왔다. 하루 중 한정된 시간에만 볼 수 있는 빛이었다. 밤과 낮이 바뀌어 시간 개념도 흐릿하던 시절 그 빛으로 또 하루가 간다는 사실을 느꼈다. 가끔 창문 밖으로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발소리,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말소리, 멀리 놀이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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