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오 월드'의 창세기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난해하다고들 하여 극장에 가서 봤는데 오히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세계의 원형을 친절히 설명해주는 가이드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초창기 TV시리즈로 제작됐던 작품들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하야오 월드'의 창세기로 삼아 제작한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직설적 제목과 친절한 내용으로 인해 오히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노친네의 옛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지루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은 11세 소년 마히토. 태평양전쟁 기간 도쿄에서 발생한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마히토는 3년 뒤 비행기 부품 공장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머니의 고향집으로 내려갑니다. 거기서 새엄마가 될 이모 나츠코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한국에선 이해가 잘 안되는 일본적 전통의 산물). 죽은 생모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공간과 사람에게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던 마히토의 앞에 왜가리가 나타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마히토는 그런 왜가리에게서 불길한 기운을 느끼지만 실종된 새엄마 나츠코와 그 뱃속에 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왜가리를 따라 시골 대저택 인근의 호숫가의 폐쇄된 탑으로 들어갑니다.
엄마가 죽고 이모가 새엄마가 된다는 설정을 제외하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실제 어린 시절과 상당히 부합합니다. 실제 그의 아버지는 비행기 부품공장을 운영한 성공한 사업가였고 폭격을 피해 도쿄 인근 소도시에 가서 살아습니다. 하야오의 어머니는 결핵에 걸려 무려 9년간 병석에 누워있어야 했기에 어린 하야오에겐 어머니가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공포가 컸습니다. 또 병약하고 혼자 책읽기를 좋아했던 하야오는 동급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엄마 찾아 3만리+미래소년 코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