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 랜드) 현재를 찾아 떠도는 이들의 서사시
2023/01/26
천지가 온통 새하얗게 꽁꽁 얼어붙어 있다. 초로의 한 여인이 어느 창고에서 자신의 차로 짐을 옮겨 담고 있다. 조금의 틈이라도 벌어지면 금세 터져 나올 것 같은 슬픔을 억지로 욱여넣고 억누르고 있는, 거칠고 주름진 얼굴의 여인은 짐의 일부는 창고에, 일부는 자신의 허름한 밴에 담고 길을 나선다. 이 여자는 왜 떠나는 것일까? 여자는 어디를 향해 떠나는가?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세계 금융 위기는 많은 기업들을 파산으로 내몰았고, 이것은 연쇄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흔들어 놓았다. 이것은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연관되어 시작되어 많은 이들을 빚더미에 앉게 했고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을 자신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만들었으나, 현금이 풍부했던 일부 계층에게는 헐 값에 시장에 나온 부동산들을 사들일 수 있는 호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네바다주의 엠파이어 역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는다. 금융위기로 인해 마을 전체의 경제를 움직였던 석고산업은 몰락했고 그 지역 전체는 사실상 유령도시가 되었으며, 심지어 우편번호마저 빼앗기면서 행정구역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엠파이어에 사는 사람들은 먹고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 버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머무를 곳조차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여자가 떠나야만 했던 물리적인 이유였다. 여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떠나야 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네바다주의 엠파이어 역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는다. 금융위기로 인해 마을 전체의 경제를 움직였던 석고산업은 몰락했고 그 지역 전체는 사실상 유령도시가 되었으며, 심지어 우편번호마저 빼앗기면서 행정구역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 엠파이어에 사는 사람들은 먹고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 버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이상 머무를 곳조차 없게 된 것이다. 이것이 여자가 떠나야만 했던 물리적인 이유였다. 여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떠나야 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알던 내 삶에서 원치 않게 내쳐졌다. 내쳐지기 전의 내 삶의 질은 당장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알량한 목숨의 부지를 위한 실존적 몸부림에 있다. 여자의 거칠고 무표정한 얼굴처럼 여자의 삶 역시 표정을 잃었다. 추운 길바닥에서 그나마 바람을 막아주는 밴이 있기에 대충 한 끼를 때우고, 이 대충의 한 끼라도 확보하기 위해 일당을 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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