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건 아니다 - 1. “다 탔어?”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12/01

생명이 경각에 달린 엄마의 간병은 피를 말렸다. 퇴원 때 받아 온 한보따리 약은 의미가 없었다. 두어 수저의 곡기로 버티다 이제 물만으로 하루를 연명하는 엄마. 게다가 수시로 변을 흘리고 그럴 때마다 신음소리는 더 커졌다. 밤새 간병하고 아침에 언니와 교대를 했다. 대 여섯 명의 아저씨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 출근했다. 나는 흐느적거리는 몸을 이끌고 카운터방에 들어가 쓰러졌다. 
   

언니가 운영하는 오래된 4층 건물의 모텔, 그 1층 카운터방 맞은편의 방 한 칸에 엄마가 있다. 엄마의 생이 이 방에서 끝날 줄은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다. 말이 모텔이지 여긴 지역 공단의 아저씨들이 기숙사로 이용하고 있다.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동네 모텔과 식당들이 들썩일 정도로 주차장에 차들이 꽉 찬다. 일이 끝나거나 일거리가 없을 땐 모텔 방도 텅텅 빈다. 공단에 일이 없으니 사람이 없고 사람 없는 모텔은 괴괴하기까지 하다. 


4월 초순, 바람이 많이 불었다. 모텔 뒷문으로 나가면 소나무와 대나무가 둘러쳐진 울타리가 있다. 그 중간에 회색 콘테이너 하나가 어울리지 않게 서 있다. ‘형부’가 나무로 뭔가를 자르고 만들어 놓은 잡다한 것들이 그 안에 쌓였다. 가끔 쥐들이 거기를 들락거리는 걸 본 적 있다. 콘테이너 구멍 안으로는 그래서 길냥이들도 들락거렸다. 언니는 콘테이너 가까이에 있는 드럼통 안에 너저분한 나뭇가지를 쓸어 모았다. 언제 불을 피웠는지 연기가 위로 오르다 바람에 흩어졌다. 
   
   
- 언니,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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