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05
배려(配慮)의 힘/ 詩人 박 목 월

내가 6살 때 였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아버지는 글이 쓰고 싶으셨는지 저녁을 먹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상을 가지고 오라 하셨습니다.

책상이 없었던 아버지는 밥상을 책상으로 쓰셨습니다. 
어머니는 행주로 밥상을 잘 닦아서 갖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책상에 원고지를 갖다 놓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나에게 세살 된 여동생을 등에 업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같은 포대기를 덮고 
"내 옆집에 가서 놀다 올께" 하고 나가셨습니다.

나는 글 쓰는 아버지 등 뒤에 붙어 있다가 잠이 들었죠. 
얼마를 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가 나를 깨워서 눈을 떠보니까 아버지였습니다.

"통금시간이 다 되어도 어머니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나가서 어머니를 좀 찾아 오너라."

나는 자던 눈을 손으로 비비며 털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는데 밖에는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였고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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