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속 문장 4 - 나는 짐승의 말을 몰라서

천세진
천세진 인증된 계정 · 문화비평가, 시인
2023/08/12
   안쉐얼이 저녁에 자신과 함께해주는 게 있다고 말하자 단단히 놀란 슈냥이 재빨리 물었다. 누가 함께해주는데? 안쉐얼이 말했다. “밤에 달과 별이 있잖아. 그것들은 발이 길어 창문을 넘어올 수 있어. 넘어와서는 나랑 같이 베개를 베고 잠자는 내 곁에 있어준다니까. 만약 달과 별이 없는 밤이면 어쨌든 바람은 있잖아.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가 바로 나와 말하는 소리야.” 슈냥이 물었다. “바람이 없으면?” 안쉐얼이 말했다. “내 마음속에는 많고 많은 바람이 담겨 있어. 바람을 토해내 나 자신과 대화하는 거지.” 슈냥은 할 말을 잃었다. 
- 『뭇 산들의 꼭대기』, 츠쯔졘, 강영희 역, 은행나무, 2017.   
출처 - 픽사베이
   사물은 생명 없는 것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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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순간의 젤리>(2017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풍경도둑>(2020 아르코 문학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이야기꾼 미로>, 문화비평서<어제를 표절했다-스타일 탄생의 비밀>, 광주가톨릭평화방송 <천세진 시인의 인문학 산책>, 일간지 칼럼 필진(2006∼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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