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육아서이자 최악의 육아서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05/30
1999년 미국 콜럼바인 총격 사건, 열세 명이 사망하고 가해자인 두 명은 현장에서 자살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사건이다. 내게는 영화 <엘리펀트>로 기억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의 엄마인 수 클리볼드가 쓴 책이 바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다. 이 책은 내게 최고의 육아서이자, 최악의 육아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할 책이다.  
책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저자 : 수 클리볼드, 반비 출판


책을 열면서 공포를 느끼기는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마주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 진실일수록 불편한 법이다. 편견을 깨는 책일수록 그렇다. 내가 편견 덩어리였다는 걸 깨닫는 처절한 자기 정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불편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 책을 펼치면서 내가 믿어왔던 어떤 세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래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나도 가해자의 엄마가 될 수 있기에.

육아를 하면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건, 아이들에게 궁극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타고난 기질일까, 보호자의 양육일까였다. 육아를 하며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육아서를 하나씩 읽곤 했다. 육아서마다 기질을 강조하기도 하고, 보호자의 양육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가 기질보다 양육자의 자질에 더 방점을 찍었던 건 어떤 자신감 때문이었다.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던 초보 엄마 시절이었다. 그 오만방자함 때문에 범죄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부모의 탓을 했다. 잘못 키운 탓이라 여긴 것. 어떻게 부모가 자식을 모를 수가 있나, 어떻게 저 지경이 되도록 부모란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아이보다 부모를 더 탓하곤 했다. 

내 자신감과는 달리 아이들은 자랄수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자아를 찾아갈수록 고집이라는 게 생겼고 다양한 기질들이 발현됐다. 나와 꼭 닮은 것 같다가도 또 전혀 다른 영혼인 게 자식이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은 늘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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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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