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구(Ing_Gu)
잉구(Ing_Gu) · 한 줄기의 햇살을 담은 [작은 글귀]
2023/01/13
매일같이 멀찍이서 바라보고 돌아가기를 수십일. 하얀 꽃은 그 오랜 시간을 혹독한 바위 틈에서 우직하게 변함없는 순백색의 빛을 발하며 흙 토끼를 마주했습니다. 산들바람에 여리디 여린 꽃 잎이 살랑이는, 토끼가 가장 설레던 그 자태는 일순간도 감동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든 그날부터 토끼가 당당히 마주해주길 응원하며 들리지 않아 더욱 애절한 외침을 보이는 듯했습니다.

용기를 내어 한발 한 발, 어느새 흙 토끼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하얀 꽃이 뿜어내는 향긋한 선율이 닿는 언저리까지 발을 디뎠습니다. 꽃의 황홀한 환영에 흙 토끼는 자신이 지금껏 당연하게 느껴왔던 불안감은 눈앞의 밝은 빛에 감싸여 행복감으로 둔갑되었음을, 힘없는 사색에 한없이 내려갔던 입꼬리가 쫑긋 쫑...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글을 보는 시야에 담긴 것이 단순 활자가 아닌 따스한 햇살의 한 줄기가 되는 마법을 선사하고 싶은 단편 이야기 창작자 입니다. 누구에겐 무채색의 삭막한 사회일 수 있으나, 그 또한 제 글을 통해 충분히 다독여지고 위로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3
팔로워 1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