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글귀]밍끼 이야기(1)
2023/01/10
흙 토끼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토끼가 살아가는 이곳은 희미한 메아리 하나 용납되지 않는 외롭고 스산한 산언저리입니다. 토끼는 매우 지쳐있었습니다. 토끼는 언제부터 자신이 이 외로운 울림 속에 홀로 남겨진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연스럽게 느껴졌던 인조적인 따뜻함은 잊힌지 오래인 양 토끼에게 남은 온기는 그저 자신이 가진 모피에서 느껴지는 희미한 질량감뿐이었습니다.
흙 토끼는 다만 자신의 이름이 흙 토끼가 아니었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붙은 지긋지긋한 흙덩어리들이 점차 온몸을 에워싸, 떨쳐내려 안간힘을 써도 더더욱 달라붙어오는 검은 불청객들에 진저리를 칠 무렵, 순간 이 모진 것들을 떼고는 진정 자신의 모습을 설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슬픈 깨달음에 잠겼습니다. 토끼는 스스로 흙 토끼...
흙 토끼는 다만 자신의 이름이 흙 토끼가 아니었음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붙은 지긋지긋한 흙덩어리들이 점차 온몸을 에워싸, 떨쳐내려 안간힘을 써도 더더욱 달라붙어오는 검은 불청객들에 진저리를 칠 무렵, 순간 이 모진 것들을 떼고는 진정 자신의 모습을 설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슬픈 깨달음에 잠겼습니다. 토끼는 스스로 흙 토끼...
글을 보는 시야에 담긴 것이 단순 활자가 아닌 따스한 햇살의 한 줄기가 되는 마법을 선사하고 싶은 단편 이야기 창작자 입니다.
누구에겐 무채색의 삭막한 사회일 수 있으나, 그 또한 제 글을 통해 충분히 다독여지고 위로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