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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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생은 어리숙하지 않고 이상하지도 않다 - 복학왕과 표준취업경로 가정 비판

양승훈
양승훈 인증된 계정 ·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2023/01/21
지방대생에 대한 혐오 표현 중 흔한 연상은 '입결'(입시 결과)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지잡대 멸시' 표현은 그들의 '입결 등급컷'과 엮여서 표현되곤 한다. 가만히 있다가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되는 데 한국의 서열화된 입시체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당연히 지방대생들의 인성은 입결로 환원되지 않고, 그들의 삶 역시 쉽게 열악하다 양호하다 말할 수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년을 다룰 때, 노동을 다룰 때, 지방문제를 다룰 때 담론에서 그들의 이야기가 빠져있기 때문일 때가 많다.

이 글에서는 지적 담론이 지방대생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고, 그 배경에 있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은연중의 전제 중 하나인 '표준취업경로'를 비판적으로 읽어보려 한다.

복학왕과 어리숙한 지방대생?
출처: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04
계명대 최종렬 교수의 <복학왕의 사회학>이란 논문과 그 논문에 기초한 책이 지식 사회에서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켰던 시점이 있다. 저자는 수도권 학생들의 능력주의 지향, 개인주의와 신자유주의적인 '자기계발하는 주체'로서 스펙 쌓기와 커리어 만들기에 열중인 태도와 별개로 지방대생들의 특징을 구축했다.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의 캐릭터를 차용한 것이다. 복학왕은 가족 지향적이고 관계 지향적이며, 집단주의적이고, 모험을 회피하고, 지역사회에서 정착을 꾀하는 지방대생의 특징을 갖는다. (아무래도 저자가 재직중인 대구경북 지역의 학생들의 특징들도 일정부분 드러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도교수가 면담 때 "진로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냐?"고 물으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답을 잘 못한다는 것. 이를 저자는 '성찰적 겸연쩍음'이라고 읽는다. 어차피 지역에서는 뭘 하려고 해도 안 되니까 지방대생들은 그저 머리나 긁적이면서 모나지 않게 살다가 졸업하고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이다. 그리...
양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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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제조업, 지방을 키워드로 연구합니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오월의봄, 2019)를 썼고 한국사회학회 학술상과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최근에는 조선산업, 디지털전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양승훈의 공론공작소> 칼럼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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