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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 · 다음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역할은?
2024/06/03
우리는 매 년 돌아오는 호야의 생일이 참 싫었다.

호야의 생일은 2월초.
호야는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모드였고,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바로 생일 파티 모드로 돌입했다. 일년의 1/4를 파티 모드로 보내는 셈.
호야는 매 년 성대하게 생일파티를 하고 싶어했는데,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더 이상 반 아이들을 다 함께 부르는 파티가 의미가 없었고, 사춘기가 되니 그마저도 부를 친구들이 없었다. 호야를 생일에 부르는 아이도 없었고,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생일이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생일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 아들에게 사춘기 또래 아이들의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도 우리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학년 전체에게 도넛을 돌리고, 또 가족끼리 생일잔치를 해줘야 했다.
조금씩 양상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호야의 생일이 버거웠다. 함께 웃고 즐겨야하는데 그러기에 우리가 매년 반복해야 하는 설득의 과정이 짐처럼 느껴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우리와 반대로 호야는 친구들과 자신의 생일을 충실하게 즐겼다는 점이다. 특별하게 잘 준비된 카드에 정제된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받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지만, 어느새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아니 우리 호야에게 그런 것들은 필요없음을.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은 제법 그럴싸한 카드를 만들어주었지만,  대부분은 노트를 북북 뜯어 호야를 그려주거나, 학교에서 쓰는 카피 용지에 축하 메시지를 아무렇게나 갈겨 쓴 것을 카드로 받아왔다. 어른인 내 눈에는 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카드들이었지만 아이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고등학생이 되자 친구들이 스스로 돈을 벌게 되면서 호야의 선물은 더 다양해졌다. 
어떤 아이는 호야에게 생일 선물로 맥도널드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를 점심 시간에 우버로 배달시켜 주었다. 호야가 수퍼 소닉과 소닉의 친구들 캐릭터에 열광하자 어떤 아이는 소닉 장난감을 사 주었고, 어떤 아이는 소닉 키링, 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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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Based Learning에서 교육의 미래를 찾으려는 고기능성 자폐아와 일반아를 둔 고딩맘의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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