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안 보이면 글을 어떻게 쓰지? : [보이지 않자 비로소 보게 된 것들] 2화

조영주
조영주 인증된 계정 · 소설을 씁니다.
2023/12/07
“망막박리예요! 이러다 눈 멀어요!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가까운 종합병원!! 천안, 천안으로 가세요! 당장 어서 가서 수술해요!”
   
나는 잠깐 뜸을 둔 후 대답했다. 
   
“내일 하면 어떻게 되나요?”
   
의사가 정말 어이 없다는 표정이 됐다. 
   
“실명할 수도 있어요!” 
   
실명, 아 그렇구나. 
   
“아, 그게. 제가 2016년에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왼쪽눈에 문제가 많았거든요. 그때 왼쪽 눈만 (수술이) 한 시간이 넘게 걸려서 아무데서나 하면 더 문제가 커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당장 서울로 가세요!” 
“내일 가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럼 내일 새벽같이 가요!!!!!” 
   
의사가 갑갑해 죽겠다는 표정이 됐지만 나는 태도에 변함이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원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다달이 마감이 정해져 있는 출판사에 어떻게 연락을 해야할지 생각하느라 바빴다. 
   
일단 병원을 나왔다. 버스에 타서 1월 마감 앤설러지 단톡방에 상황을 설명하자 그때 갑자기 반응이 터져 나오면서 왼쪽 눈의 아래 그림자가 더 짙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 연락하자 다들 의사만큼 놀란 반응이 돌아왔다. 그제야 나는 내가 처한 상황을 뒤늦게 깨닫고 무서워져, 집에 돌아왔을 무렵에는 엉엉 울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손은 서둘러 움직여 서울 병원에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뒤늦게 터진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왼쪽 눈의 그림자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잘 수 없었다. 하필 이 순간, 내가 의지한 건 핸드폰이었다. 핸드폰으로 망막박리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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