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면 아껴주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회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2/11/18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딸아이의 얼굴에 짜증이 잔뜩 묻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더니 책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운다. 무슨 일이냐고 하니 몇 번 이름을 들어온 같은 반 남자친구의 장난 때문이었다. 연한 핑크색 가방에 보기 싫은 연필 자국이 그려져 있었다. 그 친구가 그렸다고 했다.

지난주 딸아이는 저녁밥을 먹으며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내 옆자리에 있는 시우(가명) 진짜 짜증 나.. 맨날 제 것 있으면서 내 연필이랑 딱풀 빌려 가고, 잘 돌려주지도 않고, 색종이 접기 못한다고 나한테 해 달라고 해!! 그래서 해 줬는데 바닥에 집어 던져버리고”

“어머나.. 걘 왜 그럴까? 그래서 하지 말라고 했어?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그랬어?”

“선생님께 말했지.. 근데 선생님한테 꾸중 들으면 또 그때뿐이야!! 똑같은 짓을 또 한다니까!!”

아이의 스트레스가 생각보다 큰 것 같아 어찌해야 하나 고민스러운 와중에 남편이 내뱉은 말에 나도 모르게 남편의 등짝을 세차게 내리쳤다.

“시우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좋아해서 그러는 거 같은데?”

남편이 억울한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순간 나도 아이 앞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인지 민망했다.

“아빠? 좋아하는데 왜 괴롭혀? 좋아하면 더 잘해줘야지??”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온 말이다. 나도 초등학교 1,2학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남학생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학용품을 빌려 가 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때리고 도망가기도 하고 항상 내 주변에 머무르며 집요하게 괴롭혔던 아이가 있었다.
집에 와서도 울고 선생님께도 이야기했지만 어른들은 ‘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대처 또한 없었다. 보다 못한 3살 위인 언니가 내 반에 찾아와 그 아이에게 뭐라고 한 뒤 괴롭힘을 멈췄다.

나중에 고등학생 축제 기간에 우연찮게 다른 학교에 다니는 그 아이와 마주하게 된 일이 었었다.

“그때 나 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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