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를 넝쿨처럼 기어 꽃을 피운 풀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02/09
 딱히 목적지가 정해진 길은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바다가 보고 싶어 나선 길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갈 생각도 아니었다. 가다 보니 그 끝에 닿았다. 바람을 가득 채운 노송이 먼저 나를 반겼다. 텐트가 쳐졌던 자리마다 지난 여름이 끓고 있었다. 바다는 한적했다. 한바탕 홍역을 앓은 뒤 비로소 편해진 모습이었다. 
   
 하얀 모래밭에 발을 디디었다.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과 함께 걸었다. 파도 앞에 긴 나무 의자 하나가 놓여있었다. 밀물이 되면 저 벤치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나, 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앉았다. 푸른 파도가 부서지며 하얀 속살을 조심스레 드러내고 있었다. 한참을 물이 물을 만나는 소리를 들었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 점점 파도가 다가오고 있었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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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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