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만든 말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2/03/28
허무라는 단어는 여섯 살에 알게 되었어요 아니 처음 엿듣고 계속 입안으로 오물거렸죠 참 멋진 단어구나
허-무라고 입술을 오무려 말해보면 마음이 왜 이상하지?
혼자서 빈방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되뇌어보면 흑설탕 한 숟가락 입안에 품고 타액으로 녹여 먹는 것처럼 입안이 달콤했어요
간혹 허무가 되고 싶구나 라고 어렴풋이 
나를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심장은 가슴 왼쪽에 작은 방일 거야 그 방엔 어느 쪽으로도 기울여지지 않는 붉은 살점이 있어서 늘 벽을 쿵쾅 거리며 뛰는 거지
그리고 그 방의 나머지 부분을 허무라고 부르는 걸 거야」

아마도 그 무렵부터 어른에게 물어볼 단어들과 묻지 말아야 할 단어들을 나누고 있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자연 시간에 개구리 해부를 하던 날

선생님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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