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찬 이미지 수집가, 아비 바르부르크
2023/05/18
여러분은 ‘미술’이 사회나 문화와 연관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미술은 순수하게 독립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미술이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포괄하고 있다고 보는 입장인데요. 순수한 영역으로 파악하기보다는 문화적 현상 안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은 미술을 문화인류학적 맥락에서 해석한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 1866-1929)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는 사망하기 전까지 이미지 해석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는데, 아직 국내에는 많이 소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비 바르부르크는 유대인 은행가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바르부르크 가문’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메디치 가문’에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혈족과 부를 자랑하는 가문이었습니다. 이런 집안의 장남이니 당연히 가업을 이어받아야 할 위치에 있었겠죠. 바르부르크의 아버지는 그에게 유대교의 랍비가 되거나, 의사나 변호사를 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일찌감치 이를 거부하고 학문의 길을 선택합니다.
13살이 되던 해 바르부르크는 한 살 아래 동생에게 가업을 넘겨주고, 그 대가로 평생 자신이 원하는 책을 모두 사줄 것을 요구합니다. 아버지와 동생에게 자신의 연구를 위한 경비를 평생 동안 지원받아 오롯이 자신의 지적 관심사에만 몰두하며 산 인물입니다.
바르부르크는 대학에 입학한 후 본, 뮌헨, 스트라스부르, 피렌체 등지를 여행하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을 연구했습니다. 르네상스 예술이라고 하면 사실 문화예술의 전성기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바르부르크는 이러한 시각을 비판하면서 ‘고대’의 이미지가 르네상스 시대 출현했다는 증거를 밝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