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세하
세하 ·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잘하는걸 해라.
2023/07/16
#부처     

그때가 스물일곱이었을 게야.
아는 지인 중에 여행사를 하는 형이 있었지.
근데 이 형이 유독 모임에서 만나 술이 한 순배 돌면 내 옆에 앉아서는 자꾸 절에 한번 가보라고 권하는 거야.
"알겠어. 그러지 뭐..." 했지만 나는 그때만 해도 절에서 피우는 향 냄새가 싫었던 기독교적 모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 믿었으니 그의 이야기가 그리 깊게 내게 들어 오지는 않았어. 그러다 어느 날이었는데 문득 떠나야겠다 싶더라고.
새벽 차를 몰고 문득 떠오른 그 늘 듣던 절.. 절... 그래... 절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래 생전 가본 적이 없는 경상도 대구에 가게 됐지. 그곳에 그 절이 있다 했거든.
도착하니 한낮이더군.
그때만 해도 내비도 없었고 지금도 내비를 찍고 여행을 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니 그때도 물어물어 갔던 것 같아. 하지만 절이란 곳엘 가본 적이 없으니 가서 뭘 해야 하는지 내가 뭘 하러 가는지 왜 갔는지도 명확하지가 않아 한참 절이 보이는 산자락 밑 아담한 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본능적으로 담배 몇 대를 피웠던 거 같아. 그래도 절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안된다. 처음 가는 처지에 밥까지 축내지는 말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
저녁이 다 되어서야 차를 몰아 산사로 향했지.
물론 그 절의 주지스님께 전화를 드려서는  "누구 소개로 왔습니다. 제가 하루 묵어도 되겠습니까?" 물었었고 말이야. 
그런데 이 스님이 그 형을 모르는 거야. 
지금도 어디를 가면 간다고 전화를 하고 나서는 성질이 아니니 발길이 온전히 닿게 되지 않았다고 실망을 하지는 않아. 그러니 스님이 그 형을 모른다 해서 낙담을 하고 발길을 돌릴 생각은 없었지.
다행히 산 꼭대기 암자에 도착하는 동안 스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들으니 그 형이 스님이었다더군. 
절에 오는 보살과 연분이 나 파계를 하고 속세로 가 속세 이름을 가지고 사니 법명만 아시는 스님이 모른다 하실 밖에. 
그 형이 나를 이리로 보냈다 하니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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