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를 위한 장소가 남아있는가: 공간의 정치사회학
2023/04/18
‘스터디카페’는 조금 풀어서 말하자면, 보통 아직 직장인이 되지 못한 학생이나 준비생이 ‘시험공부’를 위해 쓰는 공간입니다. 저는 서울 번화가의 스터디카페를 이용해서 주로 ‘츄리닝’을 입고 두꺼운 책을 보면서 노트북으로 강의를 틀어놓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학생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죠. 집 주위의 스터디카페에는 중고등학교가 있어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렇지만 ‘시험공부’를 위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이라는 점은 같죠.
제가 읽어낸 감정은 ‘공허함’ ‘막막함’ 그리고 ‘소진’이었습니다. 좋은 책에 몰입해 좋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좀 푸석한 피부에 무표정한 사람, 졸고 있는 학생에, 연인끼리 함께 왔는지 화장에 복장까지 꽤 꾸민 듯한 커플도 있었습니다. 며칠 연속으로 이런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저도 다 힘이 빠지더군요. 앞으로는 웬만하면 스터디카페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금 고찰해 보니, 더 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디어는 그걸 잉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의 힘’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은 사실 누구나, 아무데서나 연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죠. 르네상스 시절 유독 뛰어난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피렌체에는 뛰어난 스승들이 제자들과 함께 창조적 작업을 하는 도제식 ‘길드’ 문화와 제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제도,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공간’이 성장의 욕구가 ...
그러니까요… 10대에는 닭장같은 공간에서만 살아야하고…
스타트업의 산실인 차고도 없죠 ㅠㅠ
스타트업의 산실인 차고도 없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