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풋살대회 데뷔전 (上) : 4화
2023/04/23
풋살을 시작한 계기 ➷ 풋살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나 : prologue
축구랑 풋살, 어떻게 다른지? ➷ 축구는 공을 차는거고, 풋살은 공을 미는거야 : 1화
풋살 훈련 어떻게 하나? ➷풋살 VS 모닝빵 : 2화
그래서 드리블은 잘 하나? ➷ 드리블, 특이점이 왔다 : 3화
학교 다닐 때, 눈이 잘 떠진 건 그날이 유일했다. 소풍 가는 날. 그날이면 시끄러운 알람 소리도 종달새 소리로 들렸다. 엄마의 김밥 마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고소한 참기름 향이 이불 안으로 들어오고 그때 번쩍 눈이 떠졌다. “앗싸~ 오늘이다!” 교실 의자가 아닌 관광버스 의자에 앉을 수 있다니 신이나 소리쳤다. 하루 종일 설렘 에너지가 폭발하는 날이었다.
10년 만에 설렘 에너지가 채워졌다. 한 달 전, 전국 아마추어 여성 풋살대회에 나갔던 날이다. 무려 '순수 아마추어' 스물네 팀이 겨루는 큰 대회였다. 예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진행됐다. 6팀이 네 조로 나뉘어 각 15분씩 총 다섯 경기를 했다. 본선은 예선 꼴찌 팀을 빼고 진출했다. 우리 팀은 아마추어 팀 중에서도 실력이 좋은 팀과 같은 조가 됐고, 하필 예선 마지막 경기 상대로 만나게 됐다. 대진표가 떴던 날, 농담 반 진담 반 마지막 경기는 포기하고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 말했었다.
열정만큼은 우리 팀을 이길 수 없을 거다. 대회 전주에 주말 이틀 모두 바쳐 연습했다. 대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에 모여 몸을 풀기로 했다. 풋살 갈 때 평균 1시간 넘게 걸리는데, 이날 대회 장소에 가는 데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쩐일로 우리 집과 대회 장소가 가까워 푹 자고 출발했다. 게임 롤(League of Legends)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Imagine Dragons의 Warriors를 들으며 도착하자마자 기지개를 켰다. 전투 식량 챙기는 폼으로 차 트렁크에서 전날 미리 싼 돗자리며 간식, 이온 음료를 꺼냈다.
스물네 팀 중 우리 팀 벤치는 가장 안쪽에 있었다. 걸어가면서 다른 팀원 유니폼을 구경하는데 역시 우리 팀 빨간 유니폼이 가장 눈에 띄었다. 다른 선수들이 흘끔흘끔 쳐다봤다. 물론 나도 유니폼 구경하느라 두리번댔지만 말이다. 우리 유니폼이 눈에 덜 띄면 좋았을 걸 했다. 유니폼이 화려하다보니 자신만만한 선수처럼 보일까봐, 실력이 초아마추어인 나는 조금 부끄러웠다.
벤치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꺄아~”하는 아이들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어린이 슛돌이 교실이 열린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이와 함께 온 선수가 많았다. 엄마, 이모, 누나, 언니를 따라온 듯. 풋살 공을 하나씩 달고 뛰거나 선수와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새벽부터 잘 일어났구나, 저 친구들은 오늘 소풍 오는 마음이었을까? 저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놀이동산에 온 것 같잖아.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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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 나와!!! 나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