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증오합니다. 그래서 연주합니다. 아주 사적인 영화 리뷰 <뮤직 샤펠>

정은주
정은주 · 작가/음악 칼럼니스트
2023/12/25
아주 사적인 영화 리뷰 1
엄마를 증오하는 어린 피아니스트의 연주

<뮤직 샤펠>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겪는 수많은 감정들은 그 사람의 삶을 천천히 채워갑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우리는 편하고 행복한 감정들이 더 많이 모이고 쌓이길 바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 세상살이가 그렇습니까. 예측불가한 일들은 일상의 한 부분이고, 피하고 싶은 일들은 잊을 만하면 찾아오며, 심지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에 좌절하며 몇 년에 한 번씩 주저앉기도 하지요. 수많은 필연의 슬픔 중에서 정말 짜증나고 또 피하고만 싶은 경우를 골라보자면.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나 환경에서 일방적으로 받는 상처입니다. 예를 들자면 가족 간의 문제 등입니다.
   
우리 모두는 부모나 형제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가족 문제의 원론적인 슬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태어나 보니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가정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다거나, 어머니가 아버지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낳아 기르던 사람이었다거나 하는 정말 내가 미쳐 손도 써볼 수 없던 영역의 아픔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가족을 사랑해야한다고 강요받으며 살아야 했고,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의 분노를 느꼈어도 내 가족이니까 차마 말하지 않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이런 일은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묻어둔 사연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사랑하는 가족을 미워하는 감정이 곪아가고, 그를 수렁으로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의 삶을 온통 채운 가족을 미워하는 마음이 만든 결과로요. 
   
지난 2023년 개봉한 클래식 음악 영화 <뮤직 샤펠>(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르)은 클래식 음악 영화의 품 안에서 가족 간의 문제로 고통 받아야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어쩔 수 없었던 부모의 문제를 평생 마음에 묻은 채,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어린 피아니스트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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