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언제까지 죽음을 목격하고 나서야 변화할래?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베를리오즈 '로미오와 줄리엣'

이강원
이강원 인증된 계정 · 감상평 말고 강상문 때론 기록장
2023/11/20
지난 11월 17일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2023 시즌 마지막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오페라나 발레 공연을 함께 이어가는 악단의 특성상 콘서트 장르의 시즌을 빨리 마무리 짓는 편이다. 이 때문인지 다른 악단과는 다르게 시즌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해서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번 시즌의 마지막 공연은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셰익스피어의 불후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클래식 음악 장르로 구분한다면, 흔히 구노의 오페라나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을 먼저 떠올려보게 된다. 1988년 국내 초연 이후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에겐 다소 낯선 음악이다.

베를리오즈 탄생 22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공연에서 다비트 라일란트의 지휘 아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베를리오즈 로미오와 줄리엣 =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곡의 첫 머리에 비올라로 시작되어 현악 5부로 발전되는 서주는 캐퓰렛과 몬태규 가문의 한바탕 소동을 표현해냈다. 이때 현악기로 표현된 갈등은 날카운 칼날보다는 빗자루나 무딘 연장에 더 가까우리만큼 투박한 음색이 이뤄졌다. 소동의 시작이 하인들의 싸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후 양가 자제들의 칼싸움으로 발전해나간다는 관점에서 볼 땐 아쉬운 대목이었다. 금관악기로 표현된 영주가 등장해 이 한바탕의 소동을 진압하였으나, 그가 사라지고 나서도 여전히 으르렁거리는 현악기의 흐름 새는 이 두 가문에게 내재된 감정의 깊은 골이 얼마나 깊이 파여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프롤로그가 시작될 무렵,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만 있던 무대에 소수의 합창단원과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테너 문세훈이 등장하였고, 이들은 무대 왼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들은 이미 서주에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한차례 표현하였던 두 가문의 대립을 합창단원을 통해 다시금 되짚는 형태를 취했다. 이때 남녀 성부의 앙상블이 미묘하게 맞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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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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