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의 대칭
2024/02/09
깊이의 대칭
김영우
비가 오는 날에는 아스팔트가 축축하지.
자동차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도로를 질주하는데,
멀리서 그 광경을 보아도, 빛은 수직으로 보여.
아스팔트 위에는 모습이 뚜렷한 자동차가 있고,
아스팔트 밑에도 눈물이 번진 눈으로 보는 듯,
형체가 일그러진 자동차가, 마주본 거울 속 형상이 빛의 속도로,
분열하듯 수직으로 길게, 고무줄처럼 늘어나 있어.
사물을 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눈으로 보는 것은 과연 눈 밖으로만 향하고 있는가.
밖으로 향하는 만큼, 안으로도 향하고 있다.
비오는 날 젖은 아스팔트에 비친 흐릿하고 몽롱한 세계처럼,
사람의 눈은 대상을 보는 깊이 만큼 무한한 거리다. 하여 본다는 것은, 보는 깊이가 보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깊이는 형체가 모호하여 실체와 겹치지 않는다. 완전히 같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