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생애 첫 일식 구구절절 감상기

채헌
채헌 · 짓는 사람
2024/04/20
델타 일식 여행 ③ 나의 첫 금환 일식

일식을 배운 적은 있는데 본 적은 없다. 일식이나 월식이 있을 거라는 뉴스를 들으면 한번 봐볼까 싶다가도 까먹거나 일껏 챙겨나가도 구름이나 건물 때문에 보지 못했다. 

전날까지도 구름이 많아 걱정을 좀 하다가 될 대로 되겠지, 생각하기로 했다. 걱정해봐야 어쩔 것이야. 이미 여기까지 왔고 걱정한다고 구름이 걷히는 것도 아닌데. 될 대로 되겠지, 케세라세라, 왓에버 윌 비, 윌 비. 

일식이 아침 9시부터 시작이고 일식을 볼 포인트가 숙소에서 거리가 있어서 7시쯤 일어나 준비를 했다. 빠르게 빠르게 씻고 후다닥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모자와 일식 관람용 안경(중요!), 페이스 커버, 아침으로 먹을 간식들을 한 짐 챙겨들고 달렸다. 달리는 도로 곳곳에 사람들이 있었다. 캠핑 의자를 놓고 테이블을 설치하고 삼각대와 카메라를 세팅하는 이들도 있었다. 
일식 관람용 안경. 눈을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이걸 쓰면 반드시 웃겨진다는 장점!
나도 이렇게 아침부터 달리고 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다. 인간한테 제일 안 어울리는 수식어라고 생각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아, 인간 싫은데, 진짜 별론데,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고 만다. 

벚꽃 폈다고 옹기종기 모여들어 사진 찍고 구경하는 거, 단풍 든다고 너도나도 산으로 몰려가는 거, 해 뜬다고 달 예쁘다고 별 보인다고 카메라고 망원경이며 동원해 보려고 하는, 이런 행위들. 매해 피는 꽃이고 매해 드는 단풍이고 매일 뜨고 지는 해고 달이고 별인데 그게 뭐라고, 그거 뭐 대단히 좋고 신기할 게 있다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도 나만의 벚꽃 순례 코스가 있고 단풍 여행을 가고 해 지고 뜨는 거 보길 좋아하고 달 보면 소원 빌고 별 많이 보이면 괜히 신나고 그런다. 그리고 그러고 있는 인간들을 보면은 아, 인간 싫은데, 진짜 별론데, 중얼거리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같이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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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습작기를 보내고 2023년 첫 장편소설 『해녀들: seasters』를 냈습니다. 작고 반짝이는 것을 오래 응시하고 그에 관해 느리게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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