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에 할 말 많은, 이병헌입니다

하성태
하성태 인증된 계정 · 자유로운 pro 글쟁이
2023/08/01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그런 상념에 젖곤 했다. 우리 관객들은 언제 흥미진진하면서도 세련된 인간군상극을 만날 수 있을까. 한국영화에서 '국뽕'과 '신파'를 벗어재낀 디스토피아물을, 그런 재난물이나 장르물은 언제 도착하려나. 관객들을 믿지 못해 감성에 절절하게 호소하거나 가르치려드는 성향들은 언제까지 지속되려나.
 
예컨대, 안개 하나만으로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미스트>가 공개된 것이 2007년이다. 스티븐 킹의 동명 중편 소설이 원작이었고, 각본가 출신인 <쇼생크 탈출>의 프랭크 다라본트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했다. 사람을 죽이는 안개 때문에 마트에 갇힌 인간의 욕망, 공포, 사랑, 사회와 정의의 규범 등을 날렵하고 세련되게 묘사된 이 품격 갖춘 소품은 전 세계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었다.
 
인기 미드 시리즈 <워킹데드>나 최근 미국인들을 열광케 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도 그런 속성을 공유한다. 좀비나 호러라는 장르적 외피를 한 꺼풀 벗겨보면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 집단과 조직을 결성한다. 외부인을 경계하거나 받아들이거나 살육한다. 집단과 집단이, 개인과 집단이 맞서거나, 혹은 공존하거나. 자의반 타의반 살인이 정당화된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인간들이 인간성을 고뇌한다.
 
낡은 그린홈 아파트를 배경으로 주민들이 외부의 적과 내부의 의심과 맞서는 생존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도 <미스트>의 속성을 일정 정도 품고 있고 오마주를 바치기도 하는데, 괴물 묘사에 대한 과한 집착이나 판타지 장르의 속성에 기대면서 현실성을 휘발시키며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그리고,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왔다. 분명 놀랍다. 좀비도, 미지의 생명체나 호러 장르의 기운도 없다. 어느 순간 서울이 폐허가 됐다는 설정만으로 앞서 열거한 인간 본성의 처절한 탐구를 용기 있게 성취해내는 한국영화가 도래했다.
 
게다가 순제작비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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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으로 주세요. 전 FLIM2.0, 무비스트, 오마이뉴스, korean Cinema Today 기자, 영화 <재꽃> 시나리오,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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