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최윤정 · 봄이 온다
2022/11/22
   1. 캐디
   
학생의 신분을 정리해야할 때, 나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캐디. 하루에 4시간동안 18홀을 돌고 나면 10만원이 주어진다고 했다. 하루 4시간 일하고 10만원. 한달이면 300만원. 1년이면 3600만원. 그중에 2/3는 모을 수 있겠다... 뭐 이런 생각이었다.
한달동안 학원에서 이론을 배우고 가게 된 곳이 여주C.C이다. 여기저기서 모인 수습생은 총 9명. 그중에는 고3인 여학생이 3명 있었고(상업고등학교라 2학기에는 취업을 할 수 있다), 28세 미만이라는 조건이 있었기에 27세였던 내가 최고령자였다. 그런데, 서로 인사를 하고 난 후에 나보나 한 살 아래라고 소개한 이가 나를 화장실로 부른다. 그녀의 얘기인즉슨, 나보다 나이가 두 살 더 많다는 것. 나이제한 때문에 등본을 고친 것이니 둘이 있을 때는 언니라고 부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고령자가 되었다. 
골프는 보통 4명이 한조가 되어 홀을 돈다. 캐디는 전기차로 4명의 가방을 싣고 길을 따라 이동하며 손님들이 샷을 칠 때마다 점수를 매기고 다음 샷에 필요한 골프채를 골라준다. 퍼팅때는 각도나 길이를 판단하고 어떻게 쳐야할지 조언해준다. 절반인 9홀을 돌고나면 휴게공간이 있고, 손님들이 식사하는 곳과 캐디가 식사하는 곳은 분리되어 있다. 한번 도는데 4시간 정도이고 기본 6만원에 손님들이 주는 캐디피(손님마다 개인적으로 주는 캐디 이용료)을 합치면 10만원인 것은 맞으나, 하루에 한번밖에는 출장할 수 없고, 손님이 적으면 순번이 안 올 수도 있다. 언제 출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나가기 전까지는 대기해야 하고, 수습생의 경우 18홀을 돈 후에 다시 그 홀을 돌면서 패인 곳을 발로 밟아야 했다. 그 이후로도 가끔은 프로골퍼 준비생들(골프장에서 살면서 레슨도 해주고 연습도 하는)의 잔심부름도 했던 것 같다. 
손님들의 경우는 직업이 비슷한 부류들끼리 온다. 사장들. 의사들. 교수들... 뭐 이런 식이다. 
손님들은 홀안을 걷고, 캐디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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