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정애씨의 아메리카노와 광월씨의 라테, 정하씨의 믹스커피 
 
손정애씨는 서울 남대문 시장 칼국수 골목에서 20년 넘게 국숫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애씨와 처음 깊은 얘기를 나눈 곳은 시장 근처 카페였습니다. 상가 2층에 있는 그곳은 사장님이 원두를 직접 블랜딩하고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커피를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죠. 커피를 좋아하는 저는 들어서자마자 그곳이 마음에 들었지만, 정애씨에겐 어떤 메뉴가 좋을까 고민됐습니다. 따뜻한 차와 달콤한 과일음료를 살펴보고 있을 때 정애씨가 말했습니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실게요. 진한 커피를 좋아해요.” 

그날 우리는 같은 커피를 마셨습니다. 쓰고 고소한 원두의 향이 묵직했습니다. 꽃무늬 앞치마를 벗은 정애씨가 천천히 커피 한모금을 들이켰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정애씨는 어떤 일과 삶을 선택해왔을까 궁금했습니다. 

이광월씨는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2리 복사꽃 마을 부녀회장입니다. 주문진읍의 한 카페로 들어선 광월씨는 카페라테를 주문했습니다. 

“부녀회장 하기 전에는 (차라리 짜장면이나 시켜 먹지) 3000원이나 주고 (배도 안 부른) 커피를 마시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다 보니 커피가 5000원이든 6000원이든 먹어야 되겠더라”고 광월씨는 말했습니다. 커피가 아니라 시간을 즐기는 값인 거라고요. 

예순 살 때부터 운전을 시작했다는 광월씨는 이날 직접 차를 몰고 약속장소로 나왔습니다. 운전과 라테를 즐기는 광월씨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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