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청실홍실 (11)

훼드라 · 작가,정치평론가
2024/05/13


 “ 어떻게 친구들과 피서오신거에요 ? ” 
 광일을 태워다 주겠다고 한 30대 부부의 물음이다. 괜시리 대진교가 어쩌구 청운회 수련회가 어쩌구 이런 복잡한 설명은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는지 광일이 이렇게 얼버무린다. 
 “ 네, 실은 친구들과 방학맞아서 거제로 피서겸 여행을 온건데...갑자기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돌아가게 되었어요. ” 
 “ 그러시구나. 거제는 그럼 처음 와보시는거에요 ? ” 
 “ 네, 그래서 길도 잘 모르고 해서...올때야 친구들이랑 같이 온거지만... ” 
 “ 그러셨구나. 말씀드렸다시피 그럼 저희가 서울까지 태워다 드리죠. 서울 어디쯤 내 
  려다 드리면 되나요 ? ” 
 광일의 설명과 처지가 그런대로 납득이 갔는지 30대 부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광일은 대충 반포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만 내려주면 그 인근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 알아서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답했고 역시 30대 부부는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좀 까다로운면이 있거나 하면 어쩌나 걱정을 좀 한듯한데 일단 그래보이진 않는 것 같아 다행스러운 분위기였다. 
 초등학생 딸 둘이 있는 30대 부부. 그리고 그네들끼리의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자쪽 어머니의 고향이 바로 거제인 듯 했고 그래서 그들 역시 피서철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여자 입장에선 모처럼 친정어머니도 뵐겸 이 먼 거제까지 내려왔다가 이쯤에서 돌아가는길인 듯 했다. 여하튼 광일로선 이래저래 복잡한 상황속에서 웬만하면 잡기 힘든 행운을 잡은 셈이다. 낮에 떠나면 길이 막힐까봐 일부러 아침일찍 출발하게된 이들인데, 그래서인지 고속도로는 대체로 거의 막히지 않고 무난하게 잘 달릴수가 있었다. 따라서 서울 톨게이트에는 점심때가 된 무렵에 어느덧 들어서고 있었다. 
 “ 고맙습니다. 조심해 들어가세요 선생님들도. 얘들아 너희들도 잘 가렴. ” 
 말한대로 반포 터미널 근처에서 이들이 광일을 내려주었고 광일이 30대 부부는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뒤 발걸음을...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72년 서울 출생 91년 한영 고등학교 졸업 94-97년 방송작가 교육원 및 월간문학,현대문학,한길문학 문예대학 수강 및 수료 04-07년 전 뉴라이트 닷컴 고정논객
26
팔로워 25
팔로잉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