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 최은영 소설 쇼코의 미소 중 씬짜오, 씬짜오
2024/02/09
“1995년 1월, 우리는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92년에서 93년까지 베를린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겨우 일 년이 지나서였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플라우엔이라고 불리는, 오 년 전까지만 해도 동독 지역이었던 작은 도시였다.” (쇼코의 미소, 67쪽) 플라우엔의 학교에서 나는 아빠 직장 동료인 호 아저씨의 아들 투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것을 계기로 나와 우리 가족은 호아저씨의 집에 초대받아 다정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이 한 번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두 가족이, 특히 응웬 아줌마와 나의 엄마가, 서로의 집을 주기적으로 드나드는 일상의 시작이 되었고, 낯선 도시에서 먼저 이방인으로 살아온 사람의 시간과 나중이 된 이방인의 시간은 한 자리에서 서로의 과거와 미래로 만나 지금 이 순간만은 실제보다 견딜만한 온도와 습도로 이해한다, 존재한다. ““저도 처음 독일 왔을 때 그랬어요. 한국도 여름이 습하죠? 여기는 뭘 발라도 건조하더라고요.” 응웬 아줌마는 엄마에게 직접 만든 크림을 줬다. 샤워한 후에 꾸준히 바르면 가려움이 줄어들 거라고.”(70쪽) ““독일에 처음 왔을 때,” 아줌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추웠어요. 아무리 껴입어도 벌벌 떨리는 거야. 아직도 그래요. 투이야 여기서 태어났으니까 아무렇지 않겠지만 난 이상하게 아직도 여기 적응 안 돼. 난생처음 눈 봤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너무 예뻐서 춥다 춥다 하면서도 손이 다 얼도록 눈을 만지고 놀았어요.”” (74쪽)
나의 부모는 서로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은 채, 타지에서, 곧 끊어진다 해도 놀랍지 않은, 결혼 생활을 위태롭게 이어나간다. 하지만 호아저씨와 응웬 아줌마 앞에서만은 서로를 긍정...
나의 부모는 서로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은 채, 타지에서, 곧 끊어진다 해도 놀랍지 않은, 결혼 생활을 위태롭게 이어나간다. 하지만 호아저씨와 응웬 아줌마 앞에서만은 서로를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