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선 판단을 멈춰야 한다

강현수
강현수 · 영화와 冊.
2024/08/06
2023.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참 잘 만든다. 배우의 외모도 연기도 뛰어나다. 어쩌면 이렇게 캐스팅을 잘 하는지 모르겠다. 아역 연기 지도를 참 잘하는 듯하다. 이는 감독이 고백했듯이 본인 능력이기도 하지만 베테랑 연기자 공도 커 보인다. 동양적이랄까, 일본적이랄까? 미장센도 참 아름답다. 영화의 본질은 영상미에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감독이다. 작품마다 사용되는 바랜 톤은 영상과 잘 어울린다. 언제나 그렇듯 각본도 훌륭하다. 이번 <괴물>의 각본은 이전과 다르게 사카모토 유지가 맡았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 흐름에선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올랐다. 의도한 바였다는데 나도 덥썩 물었다.

“누가 괴물일까?”

이 영화를 보기 직전에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를 봤다. 디지털 시각 효과 기술은 대단했지만, 너무 지루했다. 최신 기술로 탄성을 자아낸 영화는 21세기에는 <아이언맨>과 <트랜스포머>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적어도 기술적으론 영화사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영화들이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정도의 기술력으로는 탄성이 나오지 않았다. 도약의 느낌보다는 더 나아진 정도의 느낌이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클리셰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 장면을 위해 들인 돈은 엄청나겠지만 이야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구성이다. 얼마나 지루했는지 수시로 남은 시간을 확인해 가면서 봤을 정도다. 그나마 결말 부분에서 다음 편을 기대하게끔은 해주었다. 이런 블록버스터는 어쩔 수 없이 전형성에 기댈 수밖에 없긴 하다. 느린 전개도 이해할 수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20조를 벌 생각으로 만든 영화이니 만큼 처음부터 목표 관객은 아이들부터 아우르게 된다. 전형적일지라도 아이들에겐 새로울 터. 이미 검증된 수법을 애써 피할 필요는 없다는 게 감독의 의도였으리라. 불알 두 쪽 바짝 오그라든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교롭게도 감독 이름이 웨스 볼Wes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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