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복귀 논란에 부쳐-진보 지식인들의 치부와 민낯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1/26
고은(한겨레)
지난 2018년 최영미 시인의 미투로 인해 시인 고은의 성추행과 성희롱 전력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는 회식을 시작하기 전 그 모임에서 가장 젊은 여성을 자기 옆으로 불러 앉히고, 술만 먹으면 옷을 벗어대며, 힘없는 여성 작가들의 몸을 여기저기 주물러댔다고 한다. 성추문이 터졌을 당시에도 반향은 상당했다. 국가 차원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줄곧 밀어온 문단 최고의 거물 시인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간 괴짜 시인의 기행으로 포장돼 수십 년 동안 벌여온 성적 추태들에 대한 고발이 쏟아졌다. 피해자들이 용기 내 나서 실명으로 인터뷰도 진행하고, 생방송 뉴스에도 출연해 수치심을 이겨내고 증언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은 시인의 아성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았다. 당사자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며 도리어 역정을 냈고, 수많은 피해자 여성들의 고발이 모두 조작되고 날조됐다고 주장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거짓 미투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도 놓았다. 실제로 고은 시인은 최영미 시인을 비롯해 미투에 나선 여성들에게 10억 원에 해당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걸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손해배상 소송은 다행스럽게도 고은 시인이 연달아 패소해 더 큰 망신을 사고 있는 중이다. 
   
고은 시인의 성채가 쉽게 무너지지 않았던 것은 그를 보좌하는 진보 남성 지식인이 끊임없이 충성 경쟁을 펼치고, 우리 사회의 진보 담론을 주도하는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결사 옹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투가 불거졌을 때도, 백낙청으로 대표되는 창비 그룹 수뇌와 1980년대부터 문학계를 이끌어오던 문단 권력들은 고은 시인이야말로 우리 문학계의 보배이자 거목이라며 그를 절대 잃을 순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공과 과를 따져야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인 축에 속할 정도였다. 무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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