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장점 2. 체취 - 너의 체취 속에서야 난 진짜 숨을 쉰다
2023/03/18
전쟁같은 하루를 마치고 후줄근해진 양복 속에 담겨 집에 돌아오면 늦은 밤일 때가 많아. 너는 항상 내가 돌아올 때 현관문을 직접 열고 쇳가루처럼 차가운 공기를 내뿜고 오는 날 맞아주고 싶어했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넌 초저녁잠이 너무 많아. 잠이 많은 것도 참 귀엽지, 넌. 쿡쿡.
작은 원룸이라 문을 열면 바로 방이 훤히 보이는데도 넌 문여는 소리도 못 듣고 콜콜 잠들어있기 일쑤야. 너도 알지? 네가 잠버릇 험하다는 거. 겨울에도 얌전하게 이불을 덮지 못하고 있고 이리저리 굴러서 항상 내가 자다 다시 덮어주곤 했잖아.
이불을 덮어주면 잠결에도 넌 '응?'하는 콧소리를 내며 내품을 찾아 새끼동물처럼 꼭 매달렸어. 그곳이 당연히 있어야 할 곳이라는 듯. 킁킁킁, 내 냄새를 맡고 안심하며 다시 잠드는 너의 따뜻한 몸. 그 순간이 좋아서 가끔 곤하게 자는 널 깨웠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날 기다리다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는 걸 보면 난 구두를 벗고 올라와 넥타이를 풀며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