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그 해, 10월 26일 / 안순우 작(作)]

안순우
안순우 · 시와 소설을 사랑합니다.
2023/10/23
[성장소설: 그 해, 10월 26일  /  안순우 작(作)]

"야! 저것 좀 봐라!
<홍제사(弘濟寺)> 절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네!
오늘 절에 무슨 행사가 있는 날이가?
<부처님 오신 날>은 사월 초팔일인데?
아니면 오늘 절에 큰 제사가 있는 날이가?
아무튼 우리 한번 들어가 보자!
마침 배도 출출한데 시루떡이라도 하나씩 줬으면 좋겠다!히히히”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가을 날, 국민학교 옆에 있는 <홍제사(弘濟寺)> 절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고 있었다. 그 날은 오일장이 서는 날도 아닌 무싯날인데 절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남녀노소 할 것도 없이 절 마당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모였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그냥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의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았다. 직감적으로 좋은 일은 아닌 것같다.

아이들은 집으로 가던 발걸음을 돌려서 홍제사로 향했다. 가을 바람에 떨어진 노란 은행 잎과 느티나무 잎이 땅바닥에 어지럽게 뒹굴고 있었다.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가지들이 단풍든 잎사귀를 떠나보내고 벌써 앙상한 모습이 애처롭기만하다. 가지들은 긴 겨우내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겠구나! 그러나  나무 위의 푸른 하늘은 구름 한점 없는 코발트 빛으로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절 입구의 솟을 대문을 지나니 왼편 마당에는 오래된 향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위로 자라지도 못하고 옆으로 굵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향나무 가지 아래에는 지지대를 떠받쳐서 가지가 늘어져 땅에 닿지 않도록 지탱하고 있다. 마치 늙은 노인의 늘어진 두 팔을 양쪽에서 두 사람이 붙잡고 있는 모양새다. 여호수아가 아말렉과 전쟁하는 동안 산위에서 모세의 두팔을 아론과 훌이 양팔을 붙잡고 있는 형세이다.

절 마당을 지나서 <표충비각>에 가까이 다가가자 그곳에는 안면있는 동네 어른들도 모였다. 면사무소 공무원들과 지서 순경들도 여럿이 나와 있다. 그런데 모두 얼굴 표정이 어둡고 굳어져 있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함이 얼굴에 서려 있었다. 또 빛바랜 군복을 입고 밀짚 모자를 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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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멸성과 불가해성을 고민합니다. 가장 존귀하지만 또 가장 부패한 인간 연구에 천착하여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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