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저널 란셋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10개국 16~25세 청소년 10,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다수의 청소년들이 '우리는 이미 망했다'라는 감정을 느낀다고 해요. 정부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서 '극도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 비율이 10명 중 6명이고요. '우리는 기성세대보다 더 적은 기회를 가질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5%, '미래가 매우 두렵다'라고 답한 비율은 무려 75%나 된다고 합니다. 조사에 한국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암울하죠.

Young people’s voices on climate anxiety, government betrayal and moral injury: a global phenomenon

2050년에 탄소배출 0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 우리 사회가 언제, 어떤식으로, 얼마나 크게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지금 위정자들, 정책 결정권자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밍기적거리면서 시간이 지나가는 사이 고통은 알게 모르게 점점 미래를 살아내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전가되고 있죠. 그러니 지금 집단적으로 억울한 감정을 느끼고, 우울함을 느끼고 어른들한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겠죠. 때문에 지금 기성세대가 할 일은 한가하게 2030년, 2050년 이야기만 반복할 게 아니라 기후위기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 아니 '이미 일어난 일'이라고 똑바로 인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와중에 그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도 보이기는 합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부의 2030 탄소배출 감축안에 위헌 결정을 내린건데요. 독일 정부의 2030 탄소배출 감축안(1990년 대비 55%)이 2030년 이전보다 2030년 이후 미래세대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더 진전된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한 것이죠. 여기서 독일 헌재가 결정을 내리면서 미래세대의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게 저는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하나 더, 위 언급한 란셋 조사에서 39%가 기후위기 때문에 아이 낳는 것이 꺼려진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정부가 정말로 출산율을 올리고 싶어한다면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