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의 새로운 이빨에 대하여
2024/02/02
여성 스피커들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한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것들은 대부분 봤다. (마치 공교육기관 숙제 제출용으로 들어갈 만한 스타일로 이야기하면) 애초 관심 있는 소재를 많이 다루고 표현이 풍부해 공부하는 느낌으로 보는 편이다. 여기서 관심 있는 소재란 남녀 짝짓기 행태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가 아니다. 넷플릭스 같은 초대형 플랫폼에서 (스스로의 탁월한 능력을 통해) 발언권을 쟁취한 여성(문화적 사회적 소수자) 입장에서 느끼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압박과 대응이다. 여성 차별 문화와 역사에 대해 날카로운 발언을 할 수는 있지만 여기에 위트와 유머를 녹여 공감대를 이루고 설득력 강한 펀치라인을 날리는 건 극소수만이 할 수 있는 권위적 능력이다. 이 지위까지 오르기 위해 그들이 어떤 시련과 고난을 거쳤을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1시간 또는 그 이상 이르는 시간 동안 대본을 통째로 씹어 삼키고 애드리브를 녹여 청중을 열광시킨다. 역시 중요한 건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다. 스탠딩 코미디는 코미디가 아니다. 이들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선동이자 도발이며 더 많은 이들이 귀 기울여야 할 지금 이 순간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 중 하나다. 이번에 본 재클린 노박의 무대는 메시지를 뛰어넘는다. 표현 ...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