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어플로 전락한 지자체
2024/04/08
요즘 나는 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눈여겨 보고 있다. 청춘포털(@youth.portal.official)에서 운영하는 계정이다. 최근 올라온 게시물 제목이 무려 ‘대전 돌싱글즈 1기 모집’이었다. 네? 뭐라고요? 아무 생각 없이 피드를 슥슥 내리다 손가락을 멈칫했다. 내용은 더 상상초월이었다. 우선 참석대상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만19세~39세 ‘돌싱청년.’ 수많은 00청년을 봤지만, 돌싱청년은 처음 들어봤다. 게다가 지원조건에는 이런 말이 써있다. “연인X, 애매한 관계X, 재판중X, 소송중X = 법적 싱글 아님 지원불가”
한 장을 넘기면 더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돌싱글즈 1기에 참여하려면 사진 1장과 이혼확인서 또는 이혼사실증명서가 필요하다. 프로그램 내용은 사랑이 피어나는 차(TEA) 만들기, 차에 어울리는 음식 같이 먹기, 커뮤니케이션 및 커플 매칭까지. 참, 다채롭기도 해라・・・ 아래 설명에는 친절하게 강조 표시(※)를 해가며 참여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 희한한 프로그램은 도대체 누가 기획한 건가. 프로필 아이콘을 터치해보니 ‘대전 서구 청년공간’이라고 적혀있었다. 확인 결과, 청춘포털은 대전 서구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청년공간이었다. 그러니까 이혼확인서까...
대전지역에서 지방의회 전문 뉴스레터 띠모크라시 제작 및 투명한 지방정부를 위한 감시활동을 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 운영합니다.
저출산 대책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에 기를 쓰고 반대하던 여성단체들이 생각나네요. 결혼 안하고 애 안 낳는게 여성의 '해방'이라고 생각하시던 분들이니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출산율에 관심도 없고 오히려 내려갈수록 좋아하다가 이제와서는 저출산 핑계로 자기들 요구 다 들어줘야한다는게 참 웃겨요.
"저런 정책을 해봤자 효과는 없을 것 같다"라고 비판을 했으면 차라리 납득이 갔을 겁니다. "여성을 출산율 올리는 도구로만 본다?" 출근길 버스 늘리면 사람을 일하는 도구로만 보는 겁니까? 코로나 백신 접종 권장하면 인권침해구요? 남녀 미팅을 주선하는데 왜 갑자기 여자만 도구가 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부 정책 중 사람 도구로 안보는거 없습니다. 정책 '대상'이니까 당연한거에요.
출산율 높이려면 가능한 정책들은 다 해봐야하고, 보육환경 마련 등 누구나 공감할 것부터 동거문화 도입, 혼외출산 확대 등 격렬한 반대가 예상되는 정책들까지 다 해봐야죠. 진짜 대한민국 출산율 올리길 원하신다면, 이런 사소한 정책 가지고 본인 사상에 안 맞는다고 초치지 좀 마세요.
다 좋은데 '저출생'이 아니라 '저출산'입니다.
출생율과 출산율은 각기 다른 정의를 가진 전문용어(technical term)거든요.
산(産)이란 한자를 그렇게 쓰기 싫다면 재생산권이란 용어도 쓰질 말아야죠.
정책개발 업무에 잠시 있어 본 입장에서 지자체 공무원들의 절박함도 느껴지고, 행정 수혜자인 일반 국민의 황당함도 같이 느껴집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결국 출생률이라는 지표(=숫자놀음) 가지고 어느 지자체가 잘했네 못했네 하며 논공행상을 해야 하니, 자꾸 당장 출생률 높일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들볶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결혼 생각이 전혀 없는 일반인 청년들로서는 (네, 요즘은 남성들도 포함입니다!) 왜 저런 걸 하나 싶지만, 공무원들 입장에선 소위 말하는 '낮게 달린 포도부터 딴다' 는 전략입니다. 조금만 건드려 줘도 바로 재결합을 할 만한 사람들부터 공략하겠다는 심산이지요. 우리처럼 애초부터 가정 꾸리고 애 낳고 하는 것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저 정책의 수혜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언제나 현장과 손발이 안 맞는 행정 이제는 놀랍지도 않군요.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갑니다.
정책개발 업무에 잠시 있어 본 입장에서 지자체 공무원들의 절박함도 느껴지고, 행정 수혜자인 일반 국민의 황당함도 같이 느껴집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결국 출생률이라는 지표(=숫자놀음) 가지고 어느 지자체가 잘했네 못했네 하며 논공행상을 해야 하니, 자꾸 당장 출생률 높일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들볶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결혼 생각이 전혀 없는 일반인 청년들로서는 (네, 요즘은 남성들도 포함입니다!) 왜 저런 걸 하나 싶지만, 공무원들 입장에선 소위 말하는 '낮게 달린 포도부터 딴다' 는 전략입니다. 조금만 건드려 줘도 바로 재결합을 할 만한 사람들부터 공략하겠다는 심산이지요. 우리처럼 애초부터 가정 꾸리고 애 낳고 하는 것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저 정책의 수혜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