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닌> - 중증 '홍대병'은 조악함에 취한다

김다움
김다움 · 게을러요
2024/05/13
소라닌. 하늘(空, Sora)과 관련된 단어인 줄 알았다. 하늘(天)이 아니라 하늘(空)이다. 하늘(空)엔 비어 있단 뜻도 있다. 구름 낀 높은 하늘, 떠오르는 풍선, 올려다보는 초라한 사람. <소라닌>의 하늘은 꿈을 비추지 않는다. 하늘은 그냥 하늘이고, 인간에게 하늘을 나는 낭만 따위 없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더 높은 곳이 있으며, 위에서 내려다봐도 특별할 게 없다. 기껏해야 인간의 시선이다. 자주 하지만 이상한 말. '높은 데서 보니 인간이 개미처럼 보여.' 그러나 아래에서 보면 위에 있는 인간도 개미처럼 보인다. 하늘은 인간이나 개미나 모두 먼지 같은 존재임을 증명한다.

중증 '홍대병' 환자이자 '감성충'인 나는 가을 하늘을 좋아한다. 여름이나 겨울은 날씨 때문에 쳐다보기 힘들고, 봄은 꽃에 시선을 강탈당한다. 다만 비행기에서 하늘 사진을 찍는 심리까진 이해하지 못한다. 비행기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답답하다. 창이 좁아 잘 보이지 않고, 좌석은 불편하며, 객실의 공기가 탁하다. 무엇보다 들떠서 사진 찍는 모습이 '비행기 처음 타 보는 머글'처럼 보여서 '쿨'하지 않다. 비행기 탈 때 신발 벗고 타기? 그건 클리셰고, 벗고 탄다면 오히려 멋지지 않을까. 의례를 비트는 사회 운동일 수도 있다. 기내에서 신발을 안 신어도, 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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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언론을 전공하는데,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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