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은 표정으로 고통에 대해 말하기: 『삶이라는 고통』
2023/11/13
조금은 뻔한 말이다. 삶은 고통이라는 것. 나름의 삶을 살아본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일 테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일, 늦은 저녁 지하철에 몸을 싣는 일, 살이 찔까 두려워 음식을 가려먹거나, 돈이 궁해서 씀씀이를 줄이는 일까지. 나의 삶은 사소한 부분까지 고통스럽고, 그런 삶이 사소해서 고통스럽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므로 삶은 고통이라는, 그런 흔한 말을 할 자격이 우리에겐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이 삶 속에서 언제나 환영 받는 건 아니라서, 때로는 그런 말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너의 삶은 고통스럽다고, 그러니 통증을 말해도 괜찮다고. 나보다 훨씬 오랜 세월을 살아낸 누군가가 말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고통의 존재를 삶으로 직접 증명해온 이가 호탕하게 웃으며 유쾌하게 말해준다면, 우리의 고통은 “맥주 한잔 마시고”(13쪽) 즐겨도 좋을 만큼 한결 가벼워질 테다.
한대수의 사진집 『삶이라는 고통』(북하우스, 2023)을 읽는다.
거실처럼 보이는 공간이 있다. 기타 두 대와 피아노 한 대, 소파 뒤 벽에 붙은 거대한 마릴린 먼로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채광이 옅어지는 곳에 늘어놓은 재떨이는 해질녘에 연기처럼 파고들어올 감정을 예상하게 만든다. 당신의 공간에는 무엇이 찾아올까. 그곳을 채우는 건 “전부 다 고통”(7쪽)일까.
제목부터 ‘삶=고통’이라는 씁쓸한 등식을 세워놓았지만, 작가 한대수의 글은 오히려 유쾌하다. 그는 ‘만 75세’가 되었다는 사실을 “감개무량”하게 느끼며 “아직도 살아 있다. 기적이다!”(11쪽) 삶을 예찬한다. 인생의 우여곡절을 사진과 함께 견딘 그는 “사진은 순간 포착”(13쪽)이라고 선언한다. 그의 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