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껏 없었던 전투 - 노량해전 2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12/10
그때껏 없었던 전투 – 노량해전 2 
   
명나라 수군 조선 수군 다 합친 연합함대를 이끈 이순신은 7년 전쟁 동안 수군으로서는 한 번도 펼쳐 본 적 없는 작전을 세운다. 바로 야간 전투였다. 장거리 포격전을 장기로 하는 조선 수군의 특성으로 보아도, 깃발을 펼쳐 신호를 보내는 수군의 전투 양상으로 보아도 야간 전투는 기피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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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척후선들의 보고에 따르면 적들은 심야에 경상도 사천에서 전라도 순천으로 넘어오는 최단거리인 노량 해협을 통과할 예정이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사천에서 순천에 가려면 길은 두 가지다. 남해도를 빙 돌거나 노량 해협을 통과하거나. 하지만 당시의 허약한 배들로 야간에 큰바다를 항행하는 것은 무리였고 일본군도 선택의 여지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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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순신은 1년 전에 있었던 칠천량 해전을 떠올렸을 것이다. 부산포까지 나아갔다가 적은 잡지 못하고 지칠 대로 지쳐 물러나 잠에 곯아떨어진 조선 함대를, 일본 함대가 여음을 틈타 소리없이 포위하고 불살라 버렸던 악몽같은 전투. 그 전투에서 살아남아 이순신을 찾아온 장졸들은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울었고 분노에 그을려 울었다. 그 공포를 이기지 못한 이는 전 경상우수사 배설처럼 도망쳤지만 분노를 움켜쥔 사람들은 시퍼런 눈빛으로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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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남해 바다에는 어둠이 내렸다. 조선군 본대는 관음포에 매복해 있었고, 명나라 군대는 인근의 죽도 뒤에 숨었다. 조선의 복병 함대가 노량 해협 출구에서 해협을 빠져나오는 일본 함대에 첫 인사를 베풀 예정이었다. “병사들에게 하무를 물려라.” 이순신이 명령했어. 하무란 입에 물고 있는 나무 작대기를 말해. 즉 그걸 물고 일체 소리를 내지 말라는 침묵령이었다. 하무를 물리기 전에 각 배에서는 배를 지휘하는 장수들이 마지막 훈시를 했을 것이다. “이 원수를 무찌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此讎若除 死即無憾)”는 마음은 이순신만의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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