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남긴 것

펄케이
펄케이 · 경계에서 연결을 꿈꾸며 쓰는 사람
2022/12/05
애초에 오빠와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학교 신입생 때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침내 정착하게 된 선교 동아리, 그곳에서 찬이 오빠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는 나보다 한 학년 위의 선배였지만, 언제나 후배들을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해 주었다. 덕분에 선배라는 부담감 없이 오빠와는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꼬박 2년의 짧지만 길었던 시간을 함께 했다.

   그다음 해, 찬이 오빠는 전교에서 1명 만을 선발해서 중국에 1년간 보내주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뽑혔고 그렇게 1년간 우리를 잠시 떠났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어졌지만 중간중간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았고, 겨울방학이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교환학생을 잘 마치고 돌아온 것을 다 같이 모여 성대하게 환영해 주었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새 학기가 되었을 때, 캠퍼스에서 찬이 오빠를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오빠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에 몸이 좋지 않아 건강검진을 했는데 백혈병 비슷한 질환이 찬이 오빠에게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정확한 병명은 골수이형성 증후군이었다. 백혈병 전 단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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