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별 13] 시골에서 아이를 키웁니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1/09
"그래서 넌 언제까지 여기에서 애들 키울 거야?"

"중학교는 그래도 도시로 가야 하지 않아?"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란 말 때문일까요? 아님 맹모삼천지교(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집을 세 번 옮겼다는 고사) 때문일까요? 이제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이런 우려의 시선을 보냅니다. 마치 시골에서는 사람을 키우면 안 된다는 듯 말이죠.

  제가 사는 곳은 외딴 섬 작은 마을 시골입니다. 시내에 가려면 차로 한 시간이 걸립니다. 마트까지는 차로 십 분, 병원도 약국도 걸어서 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사냐고요? 그래도 잘 삽니다. 마트나 병원 등이 인근에 없지만, 여기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걸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어제 서울에 사는 지인은 아파트촌이라 개기월식을 집에서 보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아이들과 마당에서 보았습니다. 달빛도 눈이 부시다는 걸 느끼며 살아갑니다. 봄에는 제비를 기다리고 가을에는 겨울철새들을 기다립니다. 한라산에 겨우내 눈이 쌓이면 아무 언덕이나 올라가 눈썰매를 타고, 바다에서는 가끔 돌고래들을 만납니다. 봄여름에는 온갖 곤충들이 출몰하고, 길냥이들은 사람이 지나가도 꿈쩍하지 않는 그런 마을입니다.


시골의 학교

  도시에서는 아이가 뱃속에 생기자마자 조리원을 예약하고, 태어나면 어린이집을 대기 걸고, 원하는 유치원에 줄을 서고, 학교 방과후와 돌봄은 추첨이라는데...... 제게는 다른 나라 얘기입니다. 아이를 특별한 기관에 보낼 마음도 없지만, 줄을 설 필요도 없습니다. 전원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돌봄 자격이 안 되는 아이들도 교장 재량으로 집어 넣어줍니다. 방과후 역시 아이가 원하면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읍면 지역 학교는 규모가 작습니다. 한 학교에 아이가 많아야 100명, 적으면 40-50명에 그칩니다. 한 반에 아이가 많으면 열 명을 넘어갑니다. 학생수가 적다보니 선생님과 아이의 개별적인 관계가 잘 형성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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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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