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싫어 ‘주거침입’을 하셨나요?

서연
서연 · 모두의 일상을 응원하는 사람.
2022/10/09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지만 참고 쓰는 글이다. 처음으로 살아보는 주택가. 4년째 살고 있다. 한번도 이런 골목들 속 주택가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뭔가 사생활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 싫지만 한편으로는 늘 길에는 사람을 피해 숨는 길고양이를 볼 수 있어 신기하고 좋았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 키우지 못하기 때문에 늘 길에 고양이가 보이면 쭈그리고 앉아 츄르를 주거나 지켜보는 일이 많았다. 이 동네는 길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는 걸 해가 갈 수록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다른 동네로 친구와 놀러를 갔다가 길고양이들이 꼬리를 세우고 사람을 피하지 않고 걸어다니며 작은 가게 앞에 놓인 사료와 물을 먹으러 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리동네 아이들도 이런 곳에서 태어났다면 좋았을걸…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처음 이사를 왔을때만해도 골목 초입에 길고양이 밥자리가 한군데 있었는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없애버린 뒤 어느 곳에서도 밥자리를 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네는 고령 인구가 많은 편인데다 주택들이 붙어있는 골목들이다 보니 담벼락도 그리 높지가 않아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모든 곳을 내려다보며 안정감을 느끼는 고양이의 특성상 담벼락 위를 거닐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볼때가 있는데 그게 못마땅했던 할머니가 갑자기 튀어나와 빗자루로 고양이를 때리며 쫓아내는가 하면, 어느 여름 어두웠던 밤 새끼 고양이가 어미를 찾느라 어느 집 담벼락 아래에서 울고 있기에 지켜보니 갑자기 그 담벼락 아래로 할머니가 양동이로 물을 붓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먹은 적도 있었다. 놀란 아이는 도망갔지만 난 그 자리에서 얼어 그 할머니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고 할머니는 내가 보는 지도 모른채 담벼락 아래에 고양이가 있나 없나 살핀 뒤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어느 휴일날 세차를 하던 아저씨가 자기 차 밑에 똥을 싸놨다면 갑자기 지나가고 있던 고양이를 향해 세게 돌맹이를 던지며 욕을 했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