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의 고백들: 파도의 시, 별의 노래

차구마
차구마 · 창작집단 차구마컴퍼니입니다.
2023/09/22
누군가에게 사랑을 말하는 문장을 적다 보면 우리는 낯선 자신을 자주 발견한다.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백하는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순간, 이를테면 누군가 어디에서 이미 사용했던 말들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기시감이 나를 낯설게 만드는 순간이 생겨나는 것. 내가 쓴 사랑은 나의 사랑이 아니다. 우리는 흔한 사랑의 문장을 앞에 두고 낯선 자신, 혹은 익숙한 타인이 되어 좌절한다. 그러므로 언어로 사랑을 담는 일은, 너른 바닷가에서 남의 발자국을 거치지 않은 모래알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된다.

모든 사랑의 방식이 윤리적으로 훌륭할 수 없듯, 모든 사랑의 고백이 미학적으로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러나 각자의 방식으로 분투하면서, 절망적인 사랑의 문장을 우리는 쓰고, 지우고, 다시 쓴다. 타인이 되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기꺼이 타인의 언어를 빌리는 일. 그렇게 나를 놓을 용기가 사랑의 조건이다. 그런 각오를 무릅쓴 채 써내려간 어떤 사랑의 고백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느낀다. 언제나 유일할 수 없지만 얼마든지 고유할 수 있는 사랑은, 어쩌면, 수만 번의 좌절로 쓴 문장이다.

고유하게 사랑을 말하는 아름다운 작품 몇 편을 읽는다.

삼척이라는 단어가 좋아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맨발로 너와 걷는 건 더 좋아

노인이 되면 새로운 건 다 이상하게 느껴진다는데

물의 온도가 높아져도 느끼지 못하는
해수어가 된 기분으로
바다를 생각하는 건 더 좋아

- 김소형, 「being alive」 중에서

어떤 연인이 있다. 이들은 "노인이 되면" 어떨지를 생각할 만큼 오래된 연인일 테지만, 그들의 사랑에선 여전히 따뜻한 냄새가 느껴진다. 분명 지긋한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 연인 중 한 사람이 별다른 고민의 흔적 없이 고백을 선뜻 털어놓는다.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삼척"의 바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은 것처럼, "맨발로 너와 걷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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